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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 리빙랩 좌담회] 현장 연구자가 말하는 리빙랩(상)

기사승인 2018.05.25  17:5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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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계층의 피부에 와 닿은 격차해소 기술

교수와 학생 60회 현장 방문… 감동

논문 대신 사명감 선택한 학생들

현장에서 안 쓰는 기계 만들었겠구나

치료시기 놓쳐 실명하는 사람 줄어들기를
 

▲2018년 5월 2일 서울 한양대학교 HIT관에서 리빙랩 방식을 활용해 사회문제 해결과 사회혁신을 시도한 의‧공학 과학자들이 모였다. 오른쪽부터 김윤택 서울K안과 원장(전 이화여대 의과대학 교수), 성태현 한양대 전기생체공학부 교수(학술연구처장, 산학협력단장, 지주회사 이사장),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임태호 한양대 응급의학교실 주임교수(의과대학 임상교육과장, 임상기술센터장).(사진=이민호 기자)

“엔지니어가 연구를 하면서 실용화를 고려하지 않고 연구한다면, 살아있는 연구라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살아있는 연구를 한다는 것은 현장에 적용이 되어야 하고, 현장에 적용이 되기 위해서는 리빙랩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다.”

2018년 5월 2일 한양대 HIT관에서 개최된 연구자 리빙랩 좌담회에서, 성태현 한양대 전기생체공학부 교수는 위와 같이 말하며 응용연구에서의 리빙랩 필요성을 역설했다. 세계 100대 과학자에 선정된 바 있는 성 교수도 리빙랩을 강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5번째 리빙랩 좌담회에선 리빙랩 방식을 활용한 연구개발을 통해 사회문제 해결과 사회혁신을 시도한 세 분의 연구자들을 모셨다. 이 분들은 사회문제 해결형 기술개발사업 결과 평가에서 S와 A등급을 받았다.

‘야간 작업자의 사고 예방을 위한 자가발전 기술 기반 융합형 안전장비’를 개발한 성태현 한양대 전기생체공학부 교수(산학협력단장, 학술연구처장, 지주회사 이사장), ‘맞춤형·보급형 표면 소독기기’를 개발한 임태호 한양대 응급의학교실 주임교수(의과대학 임상교육과장, 임상기술센터장), ‘건강불평등 해소를 위한 안질환 선별검사용 휴대용 안저 카메라’를 개발한 김윤택 서울K안과 원장(전 이화여대 의과대학 교수),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을 만나 추진 내용과 성과, 어려움과 과제 등을 물었다.

 

사회문제 해결형 기술개발 과제 우수 연구자 모였다

◇ 사회 = 리빙랩을 활용한 연구로 우수한 성과를 내며 주목받고 계신 연구자 세 분을 모셨다. 성지은 연구위원님께 이번 좌담회의 취지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리겠다.

◇ 성지은 연구위원 = 국민생활연구라는 용어가 등장하기 이전에 사회문제 해결형 기술개발사업이 진행된 것은 모두 아실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구 미래창조과학부)는 2013년부터 사회문제 해결형 기술개발사업을 시행하면서 최종 사용자가 연구개발 활동에 참여하는 리빙랩 방식을 도입·적용해 왔다. 여기에 계신 분들은 2015년 격차해소를 위한 사회문제 해결형 기술개발사업을 추진한 분들로 어떤 과제보다 엄격한 절차와 방법론을 적용받았다. 이 분들께서 모범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주셔서 이후 사회문제 해결형 연구개발이 정책과 사업의 한 축으로 정착되고 리빙랩이 중요한 연구개발 방법론으로 채택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이 분들은 사회문제 해결형 기술개발사업 최종 평가에서 우수등급 이상을 받았다. 국가연구개발사업에서 리빙랩이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신 이 분들에게 개인적으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결국 리빙랩이든 사회문제 해결형 사업이든 이를 담당하는 연구자들의 역할과 태도가 바뀌어야 하는데, 이 분들이 그 모델이 되어 주셨다.

제가 리빙랩 관련 릴레이 좌담회를 기획하면서 가장 먼저 생각했던 분들이다. 리빙랩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 중의 하나가 과학기술이기 때문이다. 저는 기술, 특허, 법제도 등 각 분야 멘토단을 구성해서 이 분들을 지원하는 과제 책임자 역할을 하면서 리빙랩 활동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멘토링을 하면서 정말 가능할까 생각했었는데, 결국 성공적으로 과제를 마무리하셨다.

이 분들이 하셨던 일들을 좌담회에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겠지만, 높게 설정된 기술개발 목표도 달성을 하셨다. 한편으로는 리빙랩 방식을 통해 실제 현장에 계신 분들과 소통하면서 연구 결과물이 현장에 적용되기 위해 필요한 법·제도 개선 부분까지 챙기셨다. 그야말로 R&D를 넘어 실용화와 현장적용까지 간 사례이다.

 

취약계층 피부에 와 닿은 격차해소 기술
 

▲성태현 한양대 전기생체공학부 교수가 2018년 5월 2일 서울 한양대학교 HIT관에서 개최된 제5회 리빙랩 좌담회에서 리빙랩을 활용한 ‘야간 작업자의 사고 예방을 위한 자가발전 기술 기반 융합형 안전장비’ 연구 사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이민호 기자)


◇ 사회 = 이번 좌담회는 리빙랩 릴레이 좌담회의 5번째를 장식하게 된다. 성지은 연구위원님께서 좌담회의 하이라이트라고 말씀하실 정도로 기대를 많이 가지고 계신다. 연구 내용과 성과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 김윤택 원장 = 저희는 눈의 질환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안저 카메라를 만들었다. 기존 안저 카메라가 있는데 가격이 높아 현실적으로 보건소나 보건지소에 들어가기는 어려웠다.

안과 장비 특성상 환자가 앉아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이런 특성은 소아나 거동이 불편하고 누워 계셔야 하는 분들에게 접근성을 낮게 만든다. 그래서 그 분들을 위해 휴대형으로 만들었다.

다만 휴대형으로 만들면 성능도 조금 떨어지고, 가격도 높아져서 보급이 어렵기 때문에, 이번에는 가격은 낮춰서 만들게 되었다. 현재 유럽 쪽 인증을 받은 상태이고, FDA는 심사 중이다. 해외 2개국에 수출이 되어 있고, 조달청에 등록 절차를 진행 중이다.

◇ 성태현 교수 = 저희는 야간에 작업자들의 존재를 알 수 있도록 시인성을 높여주는 안전장비를 개발했다. 야간 작업자들은 교통사고에 취약하고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교통사고 통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야간 교통사고 빈도수가 높을 뿐만 아니라 흔히 사망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야간 작업자들의 안전사고 방지를 위하여 저희가 중점을 둔 부분은 "시인성"이었다. 의류학과 이연희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했는데, 이 교수팀은 야간 작업자들을 위한 의복을 디자인 및 제작하였고, 우리 팀은 안전장비를 부착하는 연구를 했다. 야간작업자들은 땀과 먼지 등에 쉽게 노출되어 매일 세탁을 해야 한다. 따라서 작업복에 반사판이 부착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잦은 세탁으로 인해 발광 소재가 뜯어지는 것이 문제점이다. 이로 인해 차량의 불빛을 반사하여 운전자를 보호하는 반사판이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다보니 야간 시인성이 떨어진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고자 작업복에 LED를 붙이니 시인성이 14배 정도 밝아지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야간 작업자들에게 LED 램프를 붙여주면 시인성은 좋아지는데 배터리 수명을 연장해야하는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그리하여 작업자의 몸무게 압력이나 마찰을 통해 발전을 하는 에너지 하베스터(Energy Harvester)를 이용하여 안전장비를 구축해 보았다. 의복에 적용해 보니 야간작업자들의 옷이 몸에 딱 붙기보다는 몸보다는 조금 커서 몸을 움직이면 옷이 겉도는 등의 문제 때문에 에너지 하베스터 적용이 어려웠다. 이후 신발에 하베스터를 적용하였더니, 기존의 배터리를 사용하면 9시간 정도 쓸 수 있던 제품의 이용시간이 50여 시간 정도로 늘어나게 되었다.

◇ 임태호 교수 = 저희는 플라즈마를 활용한 휴대용 표면 소독기기를 개발했다. 병원에서 균이나 바이러스 등으로 인한 위험이 있을 때 주변 환경, 침대 등을 소독해야 한다. 소독은 특정 공간 전체를 대상으로 해야 하며 또 제대로 확실하게 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다. 메르스 사태의 경우에 환자가 들어오고 나간 후 그 공간을 소독을 하고 다시 환자를 받아야 했는데 넓은 공간을 제대로 소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이를 위해 적합한 소독 기계를 찾다보니까 외국 기계는 너무 비쌌고, 한 번 소독에 8시간씩 걸려서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기계적인 방식을 동원해서 병실이나 의료 환경을 짧은 시간 내에 소독하는 기술개발이 필요했다.

과산화수소를 기반으로 소독하면서, 시간을 줄이고 저농도에서도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에너지를 추가하는 플라즈마 기술을 적용했다. 시간단축과 효율성을 높인 기술을 개발했다.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연구위원이 2018년 5월 2일 서울 한양대학교 HIT관에서 개최된 제5회 리빙랩 좌담회에서 이번 연구자 리빙랩  좌담회의 취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사진=이민호 기자)


◇ 사회 = 세 분의 연구자들의 연구 특징이 소외된 시민들을 위한 기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분들의 연구 성과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나?

◇ 성지은 연구위원 = 사실 세 분의 연구에는 공통점이 있다. 안저 카메라 개발은 건강 불평등 문제 해소와 관련이 있다. 선생님께선 강남에 계신 분들은 눈의 작은 이상 증상이 나타날 경우 바로 병원을 이용하기 때문에 안저 질환이 적다고 이야기를 하셨다. 그런데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은 돈 때문에 병원 오는 것을 주저하며 병을 키우다 결국 실명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이 연구개발은 취약계층에 계시는 분들을 위한 것으로, 의료 환경이 열악한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ODA 사업과도 연결된다.

성태현 교수님은 제가 늘 이야기하는 부분인데, 세계적인 연구자로서 일상생활 문제에 주목하여 해결하려는 자세가 인상적이었다. 당신이 가진 기술을 야간에 청소하시는 분들의 안전을 위해 사용하는 모습은 리빙랩의 본보기라 할 수 있다. 많은 분들이 사회문제 해결형 사업 하면 적정기술과 관련된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본 연구는 고도의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임태호 교수님은 당신이 의사이지만, 환자와 의료진, 구급대원의 안전뿐만 아니라 우리가 거의 신경을 쓰지 못하는 소독하는 분들의 작업 위험성을 덜고 수고로움을 줄여주고자 하신 분이다. 병원의 현장에 계시지만 실제로 이렇게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그 부분을 끝까지 가지고 간 케이스이다.

외국을 보아도 세 분들과 같은 사례는 많지 않다. 우리 문제를 해결하면서 독자적인 길을 만들어 가고, 기술을 현장에 적용해 사용자들과 같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의사 머리서만 생각했던 것

실제 환경에서 도움 안됐다

◇ 사회 = 교수님들은 평생에 걸쳐 많은 연구를 해오셨는데, 기존 연구와 비교했을 때 리빙랩을 활용한 연구는 어떤 부분이 좋았나?

◇ 김윤택 원장 = 리빙랩이란 용어를 이 연구를 하면서 처음 들었다. 그 전에 들은 적이 없었다. 처음 시작했을 때 리빙랩을 베타테스트라고 생각했는데, 진행을 하면서 보니 전혀 아니었다. 중간에 바뀌었다.

제 연구의 경우는 의사보다 현장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의 안저 카메라 접근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의사의 머리에서 ‘이렇게 하면 좋겠지’라고 생각했던 아이디어는 실제 사용되는 환경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실제 사용할 사람들, 예를 들어 방문간호사, 보건소 직원, 간호사 분들의 관점에서 실제로 찍었을 때 ‘편하다, 아니면 찍기 쉽다, 또는 찍는 시간이 덜 걸린다’ 이런 것들이 더 중요했다. 현장 상황을 연구자의 머리나 생각만 가지고는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리빙랩이 꼭 필요했던 것 같다.

 

연구현장 60회 방문한 연구진… 감동

논문 대신 사명감 선택한 학생들

◇ 성태현 교수 = 사실 저는 대부분의 연구를 리빙랩에 기반을 두고 있다. 저희 연구실의 연구 방법으로 두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는데, 디자인 씽킹과 리빙랩이 그것이다. 저희 연구실에서 하고 있는 대부분의 연구는 리빙랩과 디자인 씽킹 개념에 기초하고 있다.

디자인 씽킹법은 창의적 문제해결의 열쇠인데 첫 번째 단계가 공감이다. 두 번째는 문제를 정의해서, 세 번째 아이디어를 내고, 네 번째 프로토 타입을 만들고, 다섯 번째 피드백 테스트를 해서 검토한 후, 해결정도에 따라 다시 첫 번째인 공감으로 가서 순차적으로 두 번째 세 번째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디자인 씽킹의 다섯 단계 중 첫 번째인 공감이 연구 분야에서는 현장과의 공감으로 이 부분에 리빙랩이 들어간다.

사실 연구자들이 연구를 마치고 그 결과에 대해 공인확인서를 받고 끝내도 성공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연구결과가 실질적으로 사업화 된다든지, 삶에 적용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제 응용연구와 현장을 통합하는 연구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연구 과정 중의 기술을 실제로 현장에 적용하여, 그것의 문제점을 도출하고, 발견한 문제점을 다시 연구개발 과제로 올리고, 또 문제를 발견하면 다시 아이디어를 내서 개발하는 것이 바로 리빙랩 개념이다.

리빙랩은 응용연구를 하는 연구자들에게 꼭 필요한 개념이며 혁신의 아이콘이다. 정부가 연구 지원 사업을 기초연구, 산업기술연구, 국민생활연구로 나누어 추진한다는데, 상당히 잘하는 정책인 것 같다. 국가가 약 20조 원에 달하는 많은 돈을 연구비에 투자하는데, 그 돈을 사용해 학교, 연구기관 및 산업계가 연구한 기술들을 국민들이 생활에서 느끼기에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다.

우리 연구진들은 2년간 연구를 수행하면서 총 60회 리빙랩을 운영했다. 1차 년도에 서른여섯 번, 2차 년도에 스물네 번을 야간작업자들 뿐만 아니라 관련된 현장 관계자들과 미팅을 가졌다. 야간작업하는 분들로부터 국가가 우리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해준다는 것이 너무 고맙다는 말씀을 들었다. 우리 연구팀의 학생들이 열과 성을 다해 리빙랩 활동을 했다. 때론 학생들이 새벽에도 가야하기 때문에 굉장히 힘들었지만 다녀와서는 보람을 느끼고 기분까지 좋아진다는 말을 듣곤 하는데 이런 것이 리빙랩의 가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학생들에게는 졸업 후 직업을 갖기 위해 논문이 필요하다. 논문 한 편도 안 나오고 고생만 하게 되지만 학생들이 야간작업하는 분들로부터 감사하다는 말을 듣고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연구진들이 마음에 동기부여가 되어서, 힘들고 어려웠지만 큰 사명감을 가지고 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사실 적당히 할 수도 있었지만, 1년 52주 중 36번의 리빙랩 미팅을 통해 현장의 소리를 귀 기울이고, 피드백 받고, 다시 연구하고 이런 과정을 수없이 반복했다.

◇ 성지은 연구위원 = 현장에 계신 분들이 감동을 받았다. 이 정도까지 자주 와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의견을 반영해 줄지는 그들도 몰랐다는 것을 나중에 들었다.

 

현장에서 안 쓰는 기계 만들었겠구나
 

▲임태호 한양대 응급의학교실 주임교수가 2018년 5월 2일 서울 한양대학교 HIT관에서 개최된 제5회 리빙랩 좌담회에서 ‘리빙랩 의견을 반영한 플라즈마 소독기’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이민호 기자)


◇ 임태호 교수 = 사실 저의 경우에는 현장 분들과 병원에서 늘 같이 있는 상황이다. 현장의 상황들은 실시간으로 접했지만, 리빙랩을 하면서 깊이 있게 듣게 된 현장 소독업체 분들의 이야기는 저의 경험과 정말 많이 달랐다. 소독기를 어깨에 매는 형태가 가능한가 물었더니, 무거워서 절대 안 되고 작업자가 반드시 끌고 다녀야 한다고 했다. 전기 줄이 굉장히 길어서 청소기처럼 넣고 뺄 수 있게 하지 않으면 이동이 어렵다고 했다. 모양이나 분사기 길이에 대해서도 현장에 있는 분들과 많이 이야기했다.

장비는 청소하시는 여사님들이 주로 사용한다. 병원의 절반 정도가 그렇게 한다. 여사님들은 대부분 나이가 드신 60대 전후의 여성이다. 이 분들에게 외국 제품과 같이 플라즈마 불꽃이 앞에서 튀는 프로토 타입을 보여드렸더니 무서워서 쓰기 어려울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장비 조작법이 복잡하면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리빙랩은 기계장치 구성을 위해 사용자의 경험이나 필요성을 조사하는 작업과 비슷할 수 있지만 분명 차이가 있다. 리빙랩은 최종 사용자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그것을 반영해 기술을 개선해 나가는 과정이다. 현장 작업자들과 반복적으로 소통하면서, 만약 다른 과제처럼 했으면 현장에서 안 쓰는 기계가 만들어졌겠단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 성지은 연구위원 = 교수님께서 리빙랩을 7차까지 진행 하셨다. 1차, 2차를 거치면서 변화되는 모습이 잘 보였다. 교수님은 여사님들이 쉽게 기계를 다루게 할 수 있는 부분, 위험해 보여 거부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플라즈마 부분을 개선하는 등 의견을 연구에 반영해서 기계를 만들었다.

교수님의 연구 결과물이 제도의 맹점 때문에 의료기기로 인정이 안돼서, 결국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증을 받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들었다. 사용자들에게 필요한 기계를 개발해 놓고도 인증을 받으려고 하면 관련 조항도, 법·제도도 없는 경우가 많다. 요양원이나 필요한 곳에서 실제로 사용될 수 있으려면 무언가 바뀌어야 할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이와 관련해 말씀 부탁드린다.

 

미국에선 FDA 의료기기

국내에선 인증 불가

◇ 임태호 교수 = 의료기기 인증과 관련해서 말씀드리면, 사실 유럽산 소독 기계는 국내에도 들어와 있다. 저희 병원에도 MRI 방에 세트로 들어와 있다. 결핵 환자 등 감염성 질환을 앓는 환자가 MRI 방에 들어가서 촬영을 하고 나오면, 다음 사람에게 균이 옮아가지 않도록 전체 공간을 소독 한다.

6시간에서 8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소독 과정에서 농도가 38%에 가까운 과산화수소를 훈증을 해서 끓여 낸다. 사실 38%는 굉장히 유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장비에 대한 인증은 전기관련 인증뿐이다.

표면 소독기기가 의료기기가 아니라는 것에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 식약처에 의료기기로 인증을 해달라는 신청을 했다. 공문을 받았는데, 표준화된 실험 방법이 없고, 공기청정기와 구별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이 기기를 일반 의료기기로 한다고 기재돼 있었다.

의료기기로 볼 수 없다고 이야기 하는데, 이것은 병원균이 다른 환자에게 전염되는 것을 막는 장비다. 직접 식약처에도 가보고, 담당 공무원을 방문해서 수없이 이야기를 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살균능력이 있는 가정용 공기 청청기와 의료기기를 감별하는 기준이 애매모호하고, 불분명해서 의료기기로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 기기는 미국에서 FDA 1등급 의료 기기라고 이야기를 하니, 미국은 칫솔도 의료기기 1등급인데 우리나라는 아니다. 미국과 우리는 상황이 다르다는 답변을 들었다.

얼마 전 이대 목동 병원 산후조리원에서 안타깝게도 아이들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원인으로 오랫동안 바깥에 주사제를 놔둔 것이 지목되고 있긴 하지만, 주변 환경에서 균이 묻었을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이와 같이 병원이나 요양원의 살균 소독 문제는 결국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열악하다. 우리나라에서 의료 관련 기관의 살균·소독에 대한 규정들은 대부분 최소 요건 정도로 되어 있다. 요양병원도 살균이나 소독을 하는 규정은 있지만, 쥐나 해충을 잡는 정도의 소독 수준으로 되어 있고, 병실과 환자의 환경 소독에 대한 것은 사실 거의 없다.

세세하게 규제를 하면 비용이 많이 들어가니 경영하는 병원 측에서도 부담을 갖고, 정부에서도 이를 규제하면 무언가 지원을 해야 하고 재정을 투입해야하는 부담감이 있다는 것은 알겠지만, 정말 규정이 너무나 미비하다.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서 환자가 오면 저희 응급실은 일단 격리를 한다. 항생제 저항성을 가진 환자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들은 조금 심하게 이야기 하면 슈퍼 박테리아 보유자라고 할 수 있는데, 이 환자들이 실제로 병실의 환자들에게 전염을 시킨다. 어떤 경우에는 중환자실을 폐쇄한 경우도 있다.

결국 그런 환자를 잘 관리하는 것이 의료비용을 줄이는 방안이지만, 이런 활동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 아직 제도적, 사회적으로 관심이 많지 않아 의제화되지 않고 있다.

메르스 사태 이후에, 이 병실을 어떤 사람이 먼저 썼을까 생각하는 환자들이 조금 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 소독 관리는 유럽 등 외국에 비하면 상당히 떨어진다. 그래서 병원에서 자꾸 그런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 같다.

 

저가입찰의 오류

결국 반사판 붙인 작업복 낙찰

◇ 성지은 연구위원 = 성태현 교수님께 궁금한 점이 있다. 연구개발을 통한 결과물이 야간 작업자들에게 만족도가 높아 구매가 될 것 같은데, 실질적으로 구매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런 부분들에 대한 고충과 해결 방안을 듣고 싶다.

◇ 성태현 교수 = 안전장비가 작업복에 부착하게 되면 단가가 당연히 올라가게 된다. 실질적인 구매절차에서 저가입찰을 하게 되는데, 안전에 대한 규정들이 없어 이러한 안전장비를 붙일 수 없게 된다. 사실상 간단한 재귀 반사테이프를 붙이는 것이 전부이다.

예를 들어 야간 작업자들의 작업복에는 어느 수준의 기능을 가진 안전 장비들이 부착이 되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면, 입찰에 들어가 가격경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규정이 없으니 재귀 반사테이프만 붙여서 최저입찰 하는 것이 현재 우리의 실상이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 등의 구매계약부서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였으면 좋겠다.

 

치료시기 놓쳐 실명하는 사람 줄어들길
 

▲김윤택 서울K안과 원장이 2018년 5월 2일 서울 한양대학교 HIT관에서 개최된 제5회 리빙랩 좌담회에서 ‘건강불평등 해소를 위한 안질환 선별검사용 휴대용 안저 카메라’ 개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이민호 기자)


◇ 김윤택 원장 = 이 과제의 궁극적인 목표는 우리나라에서 소득이 낮다고 해서 치료시기를 놓쳐 실명하는 사람을 줄이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전공의와 전임의를 했을 때에는, 내원하는 환자들의 소득 수준이 비교적 높았다. 환자들은 대부분 조기진단을 받아서 눈의 상태가 더 나빠지기 전에 치료를 받으러 온다.

그런데 이대 목동병원에 있을 때에는 영등포, 신월동, 강화 등에서 환자분들이 오시는데, 정말 눈의 상태가 망가질 대로 망가져서 오신다. 그 분들은 한쪽 눈이 잘 보이지 않아도 다른 한쪽 눈이 보이니까 참는다. 그러다가 반대쪽이 완전히 안보일 때가 되어서야 온다.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을 때, 환자분은 조금 있다가 오겠다고 나간 후, 한참 시일이 흐른 뒤에 눈이 다 망가져 나타난다. 그 분들은 수술비를 구하려고 돌아다니셔야 해서 그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와 같이 일찍 병을 발견해서 실명을 하지 않아도 되는 환자들이, 병을 묵히고 묵혀서 오는 일 들이 꽤 있었다.

낮은 가격으로 접근성이 높은 안저 카메라를 만들려고 하는 것은 전체 목표 중 하나이다. 궁극적으로는 건강검진의 기본항목에 들어갈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들어, 소득과 관계없이 조기 검진을 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목표이다.

사실 안저 카메라 제품이 나오기 전에는 이런 이야기를 해도, 저 자신도 잘 와 닿지 않았고, 다른 분들께 말씀 드려도 그렇게 많이 어필하지 못했다. 이제는 조금씩 다른 분들에게도 말씀 드리고, 널리 알려서 그러한 일들을 해 보려고 한다.

◇ 성태현 교수 = 정말 좋은 일을 하고 계신다.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끊임없는 혁신, 사회 격차해소는 우리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훌륭한 분들과 함께 자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 무척 좋은 것 같다.

 

사회문제 해결형 사업의 성공 열쇠는 공감

◇ 성지은 연구위원 = 사실은 세 분을 좌담회에 모시고 기대를 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당신들은 하나의 점으로서 당신의 자리에서 역할을 하셨는데, 이것이 엮어져 함께하게 되면 그 기운이 엄청난 것이 된다.

과기정통부는 ICT 분야의 경우 2022년까지 신규 R&D투자의 45%를 사회문제 해결형 사업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주목할 부분은 연구자들의 생각이다. 많은 분들이 이 사회문제 해결형 사업을 기존 사업의 연장선에서 접근하고 있다. 사업의 목표와 추진방식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신규 사업이 또 만들어졌구나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문제 해결형 기술개발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길로 가는 사업이다. 교수님께서 공감이라고 표현하셨는데, 사회문제 해결형 사업의 성공을 위해선 공감이 정말 중요하다. 그게 리빙랩으로 표현이 됐을 것이다.

 

기사는 <[연구자 리빙랩 좌담회] 현장 연구자가 말하는 리빙랩(하)>로 이어집니다.

 

정명곤 기자 mkchoung@sanha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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